오늘 데이트를 잘 마치고 남친과 함께 지하철로 귀가하는 중에 처음으로 진짜 진상 취객을 만났다.
그때가 8시 20분쯤이었나?
수인선 첫칸에 타서 자리에 앉았는데 맞은편 아저씨를 보자마자 예감이 안 좋음 -_-;
아저씨가 우리 맞은편 좌석에 있다가 우리를 보고 옆 좌석칸으로 오시더니 신나게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하셨다^^
아.. 취객이구나.. (이런 된장)
하모니카 소리는 당연히 소음.. 연주 그런건 아니었음...........
짜증이야 났지만 칸에 사람도 별로 없었고
(우리 포함 한 커플 더 멀찍이 떨어져 있고 한명쯤 더 있었나? )
목적지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고개 숙이고 언제 출발하나.. 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모니카 소리는 계속 삐리리삐익 나고
이걸 지하철 문자로 신고해도되나? 싶기도 했는데
신고해본적도 없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몰라서 그냥 자리에 앉아있었다.
조금 있다가 카키색 반팔 상의를 입은 청년 한명이 자전거를 가지고 우리 칸으로 들어와 맞은편 자리에 앉았고
취객이 하모니카를 신나게 불어제끼는 걸 보게되었다.
청년이 용감하게 걸어가서 지하철이니까 하모니카를 불지 말아달라고 요청!!
속으로 오.. 하면서 이제 좀 조용해지려나~ 싶었는데
갑자기 아저씨 기다렸다는듯이 일어나서 뭐라하면서 청년을 밀려고 함.
나 식겁. 당황;;
헐 저게뭐야 싸움나나?! 112에 신고해야 하나???? 순간 멘붕
그런데 청년이 잠깐 놀란듯했으나 금방 멋지게 아저씨 손목을 뒤로 돌려서 못 움직이게 제압.
뭐 운동이나 호신술 배우신 분인줄.. 너무 멋졌음
아저씨가 풀어달라고 해서 놓고 대치하다가
그 훈남이(훈남으로 급 호칭바뀜;;) 어제까지는 있는지도 몰랐던 지하철 전화기?? 로 우리 칸으로 와달라고 침착하게 신고함.
아저씨 신고해봤자 별거없어 ~ 투덜대며 청년 옆자리에 쫓아가서 앉음 ;;
힘으론 안되는거 알았는지 폭력은 안쓰지만 옆에서 뭐 본인 인생에 대해 설교를 시작하시는데ㅡㅡ아 진짜 진상이었음
아저씨가 시끄럽게 주절거리는 중에도 사람들은 더 타서 차안이 빼곡해졌다.
하지만 나처럼 힐끔거리거나 할뿐 청년처럼 취객을 제지하거나 하진 않음..
대부분 익숙한 일인지 나처럼 조마조마해보이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신고가 접수되었기에 뭘 더 해야할지는 모르겠고
혹시라도 뭔 일날까봐 폰붙들고 계속 보면서 최대한 빨리 오기를 조마조마 기다리고 있었는데
참 더디게 느껴졌다. 난 신고하면 바로 오는줄 알았는데 ..
그러다가 역무원으로 보이는 아저씨 두분이 오셨는데 오셔도 별거없었음..
청년이 상황 설명하고 그랬는데도.. 아저씨를 내리게 하거나 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역안에서 하모니카 불면 안된다..
조용히 하시라.. 어디까지 가시냐 이런거?
청년이 내리려고 하니까 아저씨가 괜히 못내리게 잡고 역무원이 제지하고..
그러다가 청년이 내리고 나서 상황종료되고
역무원도 가고 아저씨는 그대로 남아서 막 욕을 하다가 분이 안풀렸는지
다음역에서 ㅆㅂㅆㅂ거리면서 우리 차에다 대고 욕하고 사라짐.
한 20분 사이에 별 경험을 다 해본것같다.
내 앞에서 이런 소란을 겪어본게 처음이라 앉아있는데도 괜히 다리가 후들거리고..
용감하게 제지해준 청년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못 도와준게 미안했다.
그 분은 괜히 얘기했다가 맞을뻔하고 시간도 손해보고.. ㅜㅜ
그리고 나섰다가 안 좋은 경험을 했으니 이제 다시 그런 일을 바로잡지 않을것 같기도하고..
열차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불편함을 느꼈지만 괜히 엮일까봐 가만히 있던걸
나서서 용감하게 얘기하는 분이 있다는게 참 다행스럽기도 했음.
그런분이 경찰이 되시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멋있었지만 또 내 주변사람이 저렇게 하려고하면 말릴 것 같기도하고 ..ㅜㅜ
법이 내 맘같지 않다보니까..
참 이중적인 마음.. 여러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내가 취객의 시비 타겟이 되었을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것같아서 씁쓸하기도 했다ㅎㅎ..
지하철 신고도 생각보다 느렸고.. 위기상황에서 믿을거없다는 생각이;;
그냥 안 엮이게 옆 칸이나 다음차로 알아서 피하는게 상책이다.. 싶기도..
지하철 어플이랑 문자로 신고하는 방법도 숙지하고 있어야겠다.
괜히 싱숭생숭한 날이네..



덧글
그런 훈남은 보기 드문데 제 이상형이네요ㅋㅋ
2015/08/25 0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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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5 00: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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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2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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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2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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